2021-11-03 2022년 장애인활동지원 수가 현실화 요구 기자회견 발언문
2021-11-03
안녕하세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 전덕규입니다. 보통 그냥 지부이름만 말하고 마는데요. 저희랑 지부와 이름이 같은 지부가 하나 더 생겨서 저희 산별노조를 같이 소개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활동지원사를 위한 노동조합이 늘어난다는 것은 참 반길 일입니다. 이제 뒤에 발언하실 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과 함께 활동지원사의 노동권 확보를 위해서 연대투쟁 이어나갈 각오 밝히는 바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렇게 활동지원사를 위한 노동조합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활동지원사들이 겪는 고충이 많다는 뜻이고, 또 그 문제들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음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사진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이 사진은 2012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는 지금보다 장장 9년이 더 젊은 저의 얼굴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피켓에서 요구한 내용이 ‘근로기준법에 맞게’ ‘복지부가 지급하라’ 이런 내용입니다. 2007년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이후에, 활동지원사의 노동자권리,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보장에 대해서, 정부가 책임지고 문제해결을 한 적이 없습니다. 2011년 10월 활동지원제도 법제화 이후, 첫 장애인차별철폐의날에 저를 비롯한 활동지원사들은 활동지원사의 근로기준법상 노동권 보장을 외쳤습니다. 법제화 이후로 10년,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근로기준법 권리보장이 가능한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여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그 액수는 매년 달라지고는 있습니다만, 활동지원수가 현실화해라 국회가 예산 책정하라 이런 내용으로 매년 반복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수가를 현실화 하라고 매년 투쟁했다면, 이제 우리는 이러한 투쟁이 계속되어야만 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데에는, 돈 얼마를 쥐어주고 ‘니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바우처 제도는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바우처 제도는 시간당 서비스 얼마 라는 단순한 계산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그 금액 안에서 장애인 권리, 노동자 권리, 활동지원기관의 운영비 모두를 알아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여러 문제들이 파생합니다.
저희는 장애인의 삶에 가장 밀접한 노동자들이기도 합니다. 장애인이용자들의 문제도 함께 바라보게 됩니다. 장애인들은 추석과 설이 되면, 매년, 명절에 따른 휴일가산수당이 장애인의 바우처에서 많이 차감되어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비장애인에게 낮에싸는 오줌과 밤에싸는 오줌의 비용이 차이가 나나요? 하지만 장애인들은 그런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밤에싸는 오줌의 비용이 낮에싸는 오줌의 비용보다 비싸기 때문에, 낮에 활동지원사를 불러야 할지. 밤에 불러야 할지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은 야간 수면시간에 체위변경이 생존에 절실한 중증장애인일수록 더욱 심각하게 다가갑니다. 흥겨워야할 명절 생존의 값이 평일보다 비싸 고통스러운 세상. 비장애인이었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차별적 요소가 단지 행정 편의주의에 의해 범벅이 되어 있는 제도가, 지금의 바우처 제도로 구성된 활동지원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활동지원사들의 노동기본권도 바우처 금액 안에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수가가 오르지 않아, 기관들이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역설적이게 월급이 오히려 더 깍이는 일들이 생겼었습니다.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 활동지원사들이 좋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책임도 장애인들이 근로기준법 준수해서 업무지시를 하라고 합니다. 사업주도 아닌데 근로기준법 준수를 고민하라고 정부가 그 책임을 장애인들에게 떠밀었습니다.
이제 관공서 공휴일 유급휴일이 민간에도 확대되고, 대체공휴일이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수당 지급하기 싫어서 빨간날에 근무하지 말라고 업무 지시하는 활동지원기관들! 여기에는 없을 걸로 믿습니다만, 지역 곳곳에서 이런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시간당 얼마씩 쥐어주고 알아서 하라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 정부가 책임져야할 문제가 생기면, 기관에 떠넘기고 장애인에게 떠넘기다가 결국 안되면 노동자 권리 보장 안하는 제도가 현재의 바우처 제도입니다.
수가인상 해야 합니다. 국회는 근로기준법 준수도 요원한 예산 투입해 놓고, 필수노동자니 어쩌니 자랑할 자격 없습니다. 국회는 2022년도 장애인 활동지원수가 16,300원 이상으로 책정하십시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 노조는 수년에 걸쳐 계속 이야기 해 왔습니다. 장애인들에게 금액으로 말고 시간으로 보장하라. 바우처 금액 기준으로 말고, 야간이건 휴일이건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라. 활동지원사 노동자 권리 보장하려면 바우처 금액 기준으로 말고 권리보장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직접 고려해서 지급해라. 기관들도 운영할 수 있도록 인건비와 운영비를 몰아서 지급하지 말고 필요한 비용 책정해서, 분리해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실현되려면, 오늘의 투쟁 이후에,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투쟁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기자회견 참여하신 장애인 동지들, 기관 관계자 여러분들. 같이 뜯어 고칩시다. 오늘의 투쟁이 활동지원제도의 근본적 변혁을 위한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